가네시로 가즈키의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고 그다음 일본에서 제작된 플라이 대디 영화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원작을 어떻게 망칠까 걱정부터 했었다. 원작 소설의 박순신 역을 이준기가 맡은 것도 못마땅했다. 이준기에겐 전부터 호감이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박순신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평이했다. 평범한 가장에게 어느 날 닥친 시련. 반경 1미터만 생각하고 살아가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드러나는 가장의 무기력함과 그로인한 좌절감. 고된 훈련을 통해 '공포의 저편'에 무엇이 있을지 공포에 다가가는 모습과 마침내 승리한다는 드라마.
사실 영화 제작 당시에 "한국적 상황에 맞게 각색하겠다."라는 말에 기대를 했었는데 제작진이 생각한 '한국적 상황'과 내가 기대했던 '한국적 상황'이 너무도 달랐기에 진정성이 결여된, 원작의 박순신과 스즈키를 고승석과 장가필로만 바꾼 것 뿐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했다. 구체적으로 원작의 박순신은 일본사회의 소수자로 차별과 폭력이 그의 성장배경이었고 순신을 둘러싼 모든 것은 적의에 찬 것들이었기에 강함을 추구하였다. 순신의 얼굴에 난 상처는 한 일본인 실직자가 자신의 실직이 외국인들 탓이라며 어렸던 순신에게 칼을 휘둘러 생긴 상처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여 영화를 제작했다면 박순신을 고승석으로 바꾸어야 했을까?
또 하나, 영화에선 그저 주변에만 머무는 고승석의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원작에서 그들은 '더 좀비스'의 일원으로 스즈키(장가필)의 훈련과 스즈키의 딸을 폭행한 악질 고교 복싱 챔프와의 대결 주선까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기획-실행-통제 하는 주요한 역할을 맡는다. '더 좀비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순신과 같은 재일, 혼혈일본인, 별 볼일 없는 집안의 일본인 등 주류가 삼류라 부르는 이들이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레벌루션 No3> , <플라이 대디 플라이> , <SPEED>는 좀비스 3부작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일본사회의 소수자들이 벌이는 유쾌한 반란과 활약상을 담고있다. 그들의 반란에 주류 일본인들은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거나 혼쭐이 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다양성이 가져다 주는 활력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겠다던 부분이 원작의 이미지만을, 예컨데 기모노를 한복으로 바꾼 것 말고는 '한국적 상황'을 찾아 보기 어렵고 이 부분이 너무 아쉽다. 유쾌함 속의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활력이 없는 이 영화는 평이한 가족주의를 넘어서지 못한다.
흥미로웠던 점 : 플라이 대디 제작진은 좌빨이다.
좌빨인증 스틸컷. 된장남의 바이블이라고도 하는 체 게바라 평전. 이 장면 보고 괜히 웃었다.
그리고 또 하나, 스틸컷은 없지만 체 게바라 평전 말고 등장하는 또 하나의 좌빨인증 도서는

아리랑.
사실 이 김산의 아리랑은 나도 매우 좋아하는 책이다. 누군가는 한국의 체 게바라 라고 하는데
나는 그따위 표현이 정말 못마땅하다. 김산은 김산이고 체는 체다. 인물 뿐 아니라 걸핏하면 한국의~
라는 식의 표현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덧글